벼룩시장을 보면서 pp******2018.09.16

가을을 흔히 조락(凋落)의 계절이라 부르는 것은 그 아름답던 단풍과 잎들이 어쩌면 자신을 남김없이 드러내고 보여주다가 어느 순간에 낙엽으로 떨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떨어지는 이 낙엽을 보며 가을을 영어로 오텀(autumn)과 함께 떨어진다는 의미의 ‘폴(fall)’이 시(詩)적으로 가을이 되었다니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인가 보다.
일주일에 세 번 집 근처 둑길을 따라 아침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내 손에 어김없이 ‘벼룩시장’이 들려있다. 처음의 인연은 소일삼아 나만의 주말농장을 갖기 위해 작은 텃밭을 찾기 위해서였지만 삼년이 지난 지금은 그 목적이 달라졌다. 사회적인 관심사가 크게 부각되거나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지면은 아니지만 일 년 열두 달 똑같은 편집에 단조로운 벼룩시장인데도 그 작은 활자 사이사이에서 바쁘게 세상을 살아가는 여러 계층의 진솔한 사람냄새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내 소유의 무엇인가를 팔아야 하고 내게 필요한 무엇인가를 사야하며 내 삶의 생존이 걸린 나만의 일자리를 찾거나 다른 사람들에겐 필요하지만 나에게는 소용이 없는 그 어떤 물건들을 나누고자 하는 훈훈한 사연들이 사시사철 넘쳐나는 ‘벼룩시장’이 그래서 좋았고 나도 모르게 열렬한 애독자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또한 여러 사람들의 관심도 모으고, 작은 선물 하나라도 골고루 나누어주려는 고마운 마음으로 언제부터인가 벼룩시장도 달라졌다. 정감어린 사연의 독자마당에, 톡톡 튀는 삼행시 글짓기에, 소원성취 들어주기는 물론, 주제별 포토갤러리에 스토쿠까지 다양한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당첨이 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생각을 엿볼 수 있어 좋았고, 서로 소통은 할 수 없어도 마음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어쩜 벼룩시장만의 은근한 매력이 아닐까…
‘그대의 마음속에서 기다림은 욕망이라기보다는 무엇인가를 받아들이기 위한 마음의 준비’라는 ‘앙드레 지드’의 말을 생각하면서
‘내일은 또 어떤 물건과 사연들이 기발한 어떤 문제와 함께 우리를 만나게 될까’ 사뭇 기다려지는 벼룩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