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배려 덕분 hk****2018.08.19

며칠 전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녹용(鹿茸)을 사드릴까 하는 데 어쩌시냐는. 하지만 나는 녹용을 먹으면 알레르기의 반응 때문에 금세 토한다.

우리의 몸은 예민해서 처음에 어떤 물질이 몸속에 들어가면 그것에 반응하는 항체가 생긴다고 한다. 이어 다시 같은 물질이 생체에 들어가면 그 물질과 항체가 반응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이를 통상 알레르기(Allergie)라고 부른다.

‘거부 반응’ 내지 ‘과민 반응’으로도 부르는 이 알레르기 현상은 주변에서도 쉬 볼 수 있다. 친한 지인은 새우만 먹었다 하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난다.

그래서 해물탕을 먹을 때도 새우만큼은 반드시 빼라고 신신당부한다. 해물탕에서 새우를 뺀다는 건 해물탕 특유의 시원한 맛을 이루는 ‘화룡점정’이 사라지는 것이겠지만 하는 수 없는 일이다.

지인의 입장에선 알레르기가 발생할 게 뻔한 새우는 어떤 ‘투키디데스의 함정’인 때문이다. 이러한 알레르기 현상은 비단 새우에 국한하지 않는다.

여름철 제철과일인 복숭아를 아예 먹지 못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오이 역시 보는 순간 손사래를 치는 사람 역시 이 범주에 드는 때문이다. 아무튼 새로 돋은 사슴의 연한 뿔로 만든다는 녹용은 양기(陽氣)를 보하며 근골(筋骨)을 강하게 하는 보약으로 쓰인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 녹용이 나로선 지인의 새우와 같이 어떤 ‘투키디데스의 함정’인 때문에 사양했던 것이었다. 다만 평소 ‘효자’로 소문난 아들이 모처럼 녹용까지 사서 보내려는 마당에 이를 전적으로 거부하기 보다는,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게 아들의 효심(孝心)을 상하지 않게 할 듯 싶었다.

“대신 ‘스피루리나’를 사서 보내주면 고맙겠구나...” 나이가 늘어가니 덩달아 증가하는 게 나이 말곤 건강식품들이다. 식후에 만날 먹는 건강식품의 숫자만 대여섯 개나 된다는 게 이런 주장의 방증이다.

이윽고 어제 아들이 보낸 건강식품 ‘스피루리나’가 택배로 도착했다. 수 년 전부터 먹고 있는 스피루리나는 골다공증의 예방과 체내 에너지의 생성, 피부건강과 항산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닥치고 먹는’ 중인데 ‘효자표 건강식품’이어서인지 약효 역시 탁월하다는 느낌이다. 지독하다 못해 끔찍하기까지 했던 올여름의 그 잔인했던 폭염 시기에도 열사병 따위의 횡포에도 굴하지 않았던 건 다 아들의 배려 덕분이었다.

초대 그리스도교 교회가 낳은 위대한 철학자이자 사상가였던 아우구스티누스는 “과거는 추억 속에, 미래는 기대 속에, 현재는 지금의 경험 속에 존재한다”고 했다. 그래서 말인데 아들이 보내준 건강식품은 분명 ‘지금의 행복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