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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독자글마당
독자글마당 2018.10.01 ~ 2018.12.31당첨자 발표 :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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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그렇게까지 살고 싶지 않았다 hks***2018.07.26

내년이 정년인 경비원이다. 워낙 박봉인지라 오래 전부터 객원기자로 글을 쓰고 채택되면 고료를 받았다. 올 봄 모 언론사에서 시니어기자 공모를 했다. 이력서와 자료를 준비해서 보냈더니 서류심사에 합격했다며 면접에 오라고 했다. 상경하여 면접시험도 가뿐하게 통과했다. 뭐든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따라서 불과 한 달도 안 되어 무려(!) 내 글이 10건이나 그 언론의 메인에 걸렸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이번 달에 메일로 보낸 글들은 아예 읽지도 않았다.
그런 건 참을 수 있었지만 또 다른 기자의 안하무인 적인 고압적 피드백이 그만 심기를 건드렸다. 요약하자면 내가 보낸 글이 맘에는 안 차지만 자신이 글을 고쳐 살려놓았다는 일종의 자기과시였다. 모멸감과 수치심이 동시에 교차했다. 연전 책까지 발간했는가 하면 유력 일간지에 칼럼까지 쓰고 있거늘 어찌 그리 나를 허수아비로 취급한다는 말인가! 구구절절 말하기도 싫어서 간단하게 탈퇴 의사를 밝혔다. 편집장까지 나서서 만류했지만 이미 떠난 열차였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은 7년 동안 당신 밑에서 개처럼 일해온 나를 왜 버렸냐고 따진다. 이에 김영철은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며 외면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못 살아서 경비원으로 일한다지만 모욕감을 느낄 만큼 허투루 살아오진 않았다. 가수 이애란은 그의 출세곡 <백세인생>에서 “팔십 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자존심 상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고 했다.
평소 돈은 없으되 자존심만큼은 만석꾼 이상으로 갖춰야 한다는 마인드로 살아왔다. 그건 나의 또 다른 신앙이었다. 어렵게 들어간 시민기자 자리가 솔직히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내 알량한 자존심만 버리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살고 싶지 않았다. 지금껏 나를 견고하게 지탱해 준 것은 바로 자존심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넌 나에게 목욕 값을 줬어’가 아니라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