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끌어안고 엉엉 울었던 까닭 hk****2018.06.25

박복하여 생후 첫 돌도 안 돼 어머니를 잃었다. 실의에 빠진 홀아버지께선 허구한 날 술로 사셨다. 그 바람에 공부를 썩 잘했음에도 중학교에 갈 수 없었다.


오히려 소년가장이 되어 역전에서 구두닦이로 돈을 벌어야 했다. 비가 쏟아지면 우산을 팔았고 시외버스 터미널의 버스에 올라가선 신문도 팔았다. 그렇게 어렵사리 벌어온 돈을 아버지께선 여전히 술로 탕진했다.


그런 아버지가 미워서 가출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보름 만에 돌아온 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했던 이 아들마저 아버지의 곁을 떠난다면 혹시라도 극단적 선택을 하실까 두려워서였다.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 징집영장이 나왔다. 그 즈음엔 공사장에서 노동을 했었는데 가방끈이 짧다보니 방위병으로 입대했다. 만기전역을 하고 다시 공사장에 나갔다. 그러나 공사 자체가 없는 날이 많았고, 어쩌다 일이 있는 날에도 비가 오면 공치는 날이었다.


그러다간 밥 굶어죽기 딱 알맞겠다 싶어 취업을 결심했다. ´국졸(초졸)´이라고 이력서를 냈다간 백전백패일 건 뻔한 이치였다. 그래서 지명도 아리송한 고등학교를 하나 골라 거길 졸업했다고 허위로 작성하여 서류전형에서 겨우 합격했다.


이후 면접과 교육을 받았는데 공교롭게 영어교재와 회화테이프를 파는 회사였다. 아뿔싸~ 이런 낭패가 있나!?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맨땅에 헤딩해 보자! 좌고우면 끝에 고등학교까지 나온 국민학교 동창을 찾아갔다.


그리곤 애걸복걸과 협박을 병행한 끝에 매일 밤 그 친구에게서 영어를 배웠다. 따라서 그 친구는 나의 ‘스승’인 셈이다. 스승은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 ‘스승 친구’ 덕분에 나는 영어의 습득 외에도 연거푸 좋은 판매실적으로 전국 최연소 사업소장에까지 승진할 수 있었다.


그 친구를 다시 만난 건, 얼추 30년 만인 약 10년 전이었다. 배운 것도 없고 사는 꼬락서니 역시 내세울 게 없었다. 따라서 안 나가고 고집을 부렸건만 당시 초등학교 동창회장은 자꾸만 나오라며 성화를 부렸다.


그래서 한 번만 나가보자는 생각에 동창회에 처음 나갔을 때였다. 단번에 나를 알아본 그 스승 친구가 악수를 청했다. “앗~ 너는?” “그래 임마, 예전에 내가 네 선생님이었잖니?”


우린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술을 진탕 마셨다. 그리곤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친구야, 그때 정말 고마웠다! 덕분에 이젠 나도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단다.”


“듣자니 네 딸도 서울대 갔다며?” “그래, 그 또한 네 덕분이다. 너한테 배우며 공부의 중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에 이뤄진 결과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