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즐거움을 기다리며. rm******2018.06.23

나는 올해 000대학교에 입학했다. 1 년 과정으로 나라에서 학비를 대주기 때문에 달리 들어가는 돈이 없다는 특혜를 다행이라 여기며 보석을 가공하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1 년 동안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쉰다섯의 나이에 신입생으로. 처음 그 소식을 전했을 때 아내를 비롯한 주변사람들은 무척 당황스러워했다.
고지식하고 계획적인 성격으로 대학교를 졸업하고 금융회사에 취직한 후, 퇴사할 때까지 한 눈 한 번 팔지 않았다. 정년을 앞두고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로 하는 수순인 지방발령으로 대전에서 광주로, 그러다가 권고사직에 가까운 권유에 힘들어 사표를 내고 친구가 경영하는 회사에 회계분야를 담당하는 이사로 1년 정도 근무를 했다. 그러다가 문득 내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던 꿈을 조심스럽게 꺼내보았다. 그리고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공부를 택했다.
그렇다고 가진 것이 많은 것도 아니고,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을 유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아내가 자그마한 이불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생활을 책임질 정도의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보면....... 게다가 둘째 딸이 아직 대학생인데. 그래도 지금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아내도 나의 무리한 결정을 짐짓 모른 척 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돌아보면 가장이라는 게 무거운 짐으로 여겨졌던 것 같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회사로부터 되돌아오는 배신감과 허탈감, 돈을 벌기 위해 친구의 비위를 맞춰가며 자신에 대한 혐오감, 그래서 나는 불안한 미래를 새롭게 열기 위해 잠시 쉬기로 했다. 그동안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꿈을 조심스럽게 펼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은 물론 모두를 위한 행복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 과정을 끝내고 나면 작은 공방을 열고 내 손으로 만든 은반지를 만들 것이다. 수더분한 아내는 손님을 맞이하고. 그래서 작지만 소소한 즐거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그 날을 기다리며.......